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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2.4] 실행 불일치: 보고자료(Deck)는 완벽한데 매장에선 다른 브랜드가 서 있는 이유

 전략 보고서는 거의 완벽했습니다.

타깃 소비자가 명확했고, 포지셔닝 한 줄이 단단했고, 가격 구조가 짜임새 있었으며, 매장 콘셉트도 fresh했습니다. 캘린더에는 분기마다 출시 계획이 빼곡히 들어 있었고, KPI도 합리적이었습니다. 임원진은 기꺼이 결재했고, 발표자는 박수를 받았습니다.

6개월 후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매장 풍경은 보고자료와 달랐습니다. 매장 직원이 약속한 톤으로 소비자를 응대하지 않았고, 매대 진열은 보고자료의 그것과 미묘하게 달랐으며, 새 캠페인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는 작년 캠페인 잔재가 남아 있었습니다. 보고자료의 그 브랜드가 매장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브랜드가 서 있었습니다.

이게 가장 자주 듣는 변명입니다. "현장이 따라오지 못해서요." "조직이 아직 준비가 안 돼서요." "이건 의지의 문제입니다."

23년 동안 같은 풍경을 반복해서 본 끝에 드릴 수 있는 답은 이겁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거의 아닙니다. 이건 구조의 문제입니다.

네 번째 패턴, 실행 불일치입니다.

실행 불일치는 보고자료에 적힌 전략과 현장에 도착한 실행 사이의 체계적 어긋남입니다. 우발적인 어긋남이 아니라, 조직 구조와 보상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예측 가능한 어긋남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어긋남은 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습니다. 1년 후에도, 3년 후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됩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CMO가 바뀌어도, 브랜드 매뉴얼이 두꺼워져도, 어긋남은 같은 폭으로 유지됩니다. 이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가장 강한 증거입니다.

Series 1의 Layer 4를 다룬 글에서는 전략과 실행 사이에 Architecture가 빠지면 실행이 무너진다고 다뤘다면, 이 글에서는 그 무너짐을 구조적으로 풀어봅니다. 실행 불일치는 다른 어떤 패턴보다 발견하기는 쉽고 고치기는 어렵습니다. 매장만 한 번 방문해도 발견되지만, 그 어긋남을 만들어내는 조직 구조를 바꾸는 일은 분기 단위로는 불가능합니다.

J.C. Penney: 옳은 전략이 잘못된 조직에서 실행될 때

J.C. Penney의 2012-2013년은 실행 불일치의 거의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2011년 11월, J.C. Penney는 Ron Johnson을 새 CEO로 영입했습니다. Johnson은 Apple Retail Store를 만든 사람이었고, 그가 가져온 전략은 명확했습니다. 끝없는 쿠폰과 세일에 의존하는 미국 중저가 백화점의 디폴트 운영 방식을 깨고, Fair and Square Pricing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가격, 세일 없음, 쿠폰 없음, 그리고 매장 안에 부티크 스타일의 브랜드 인스토어를 배치한 프리미엄 경험.

전략 보고서는 매력적이었습니다. 보드는 결재했고, 시장은 처음에 환호했으며, 주가도 올랐습니다.

문제는 그 전략이 J.C. Penney의 기존 조직에서 실행될 때 시작됐습니다.

J.C. Penney의 매출은 수십 년 동안 쿠폰과 세일에 길들여진 충성 고객층이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그 고객들의 행동 패턴은 분명했습니다. 쿠폰을 모으고, 세일 기간을 기다리고, 그때 한꺼번에 구매하는 패턴. 그 고객들에게 "이제 쿠폰 안 드립니다, 매일 합리적 가격입니다"는 프리미엄 경험의 약속이 아니라 기존 혜택의 박탈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매출이 빠지기 시작했고, Johnson 체제 첫 회계연도(2012년) 매출은 약 25% 감소했습니다. 순손실은 9억 8,500만 달러였습니다. 17개월 후 Johnson은 해임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Johnson의 전략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전략이 새로 만들어지는 회사였다면, 또는 다른 고객층을 가진 회사였다면,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패한 건 그 전략이 J.C. Penney의 기존 조직과 고객 베이스에서 실행될 때 어떤 어긋남이 일어나는지를 보지 못한 점이었습니다.

기존 영업 조직의 KPI는 거래 횟수와 쿠폰 응답률에 묶여 있었습니다. 기존 매장 매니저의 인센티브는 세일 기간 매출 spike에 묶여 있었습니다. 기존 마케팅 조직의 캘린더는 분기별 세일 사이클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 모든 구조가 새 전략과 어긋난 채로, 새 전략이 실행됐습니다.

보고자료는 완벽했지만, 매장에선 다른 브랜드가 서 있었습니다. 그 다른 브랜드는 과거의 J.C. Penney였습니다.

롯데ON: 통합 전략과 분리 KPI 사이

한국에선 롯데ON 사례가 가장 잘 알려진 실행 불일치 케이스입니다.

2020년 4월 28일, 롯데그룹은 백화점, 마트, 슈퍼, 홈쇼핑, 하이마트, 닷컴, 롭스 등 7개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 채널을 통합한 롯데ON을 출범시켰습니다. 전략 보고서는 명확했습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 네이버, 신세계의 SSG에 밀린 롯데가 옴니채널 통합으로 반격하겠다는 것. 신동빈 회장이 일본 닛케이 인터뷰에서 "연 1조원의 적자를 내는 기업은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며 쿠팡을 겨냥했고, 2023년까지 매출 20조원·업계 1위 달성이 목표였습니다.

전략의 논리는 좋았습니다. 보고자료에 그려진 그림은 깔끔했고, 시장도 처음엔 주목했습니다.

문제는 출범 직후부터 드러났습니다. 7개 계열사가 각자 자기 KPI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롯데ON 통합 매출이 늘면 백화점 매출이 어디로 가는지, 마트 매출이 어떻게 분배되는지가 부서마다 다르게 계산됐습니다. 각 계열사의 임원은 자기 계열사의 분기 실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롯데ON으로 트래픽을 넘기는 결정자기 계열사 자체 채널을 강화하는 결정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할 동기가 더 컸습니다.

결과는 흩어진 실행이었습니다. 출범 첫 해(2020년)부터 9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후 매년 적자가 이어졌습니다. 2021년 1,558억원, 2022년 1,559억원, 2023년 856억원, 2024년 685억원, 2025년 294억원. 출범부터 누적 적자가 약 5,900억원에 달합니다.

옴니채널 통합이라는 약속의 결말은 2024년 10월에 분명해졌습니다. 롯데마트가 롯데ON 내부의 e그로서리 사업단을 다시 흡수했고, 식료품 부문은 별도의 앱으로 분리되는 방향이 결정됐습니다. 하나의 롯데를 표방했던 출범 약속에서, 사실상 후퇴한 셈입니다.

원인은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롯데 임직원들의 의지가 부족했던 게 아닙니다. 원인은 각 계열사의 KPI가 통합 전략과 어긋난 채로 유지된 것이었습니다. 보고자료의 전략은 통합이었고, KPI의 인센티브는 분리였습니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자기 KPI를 선택했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왜 보고자료와 매장 사이에 어긋남이 일어나는가

세 가지 원천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KPI의 불일치입니다. 보고자료는 새 전략을 그리지만, KPI는 기존 전략을 따라 설계돼 있습니다. 이걸 동시에 바꾸지 않으면, 사람들은 새 전략의 목표보다 기존 KPI의 측정값을 따릅니다. 측정되는 것이 관리되고, 관리되는 것이 행동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둘째, 캘린더의 관성입니다. 회사의 캘린더는 보통 1년 단위로 짜여 있습니다. 분기 출시, 시즌 캠페인, 연말 정산. 새 전략이 그 캘린더와 맞지 않으면, 새 전략은 캘린더의 빈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게 아니라 캘린더 사이로 흘러내립니다. J.C. Penney의 Fair and Square Pricing이 그랬듯, 새 전략이 기존 세일 사이클과 맞지 않을 때, 캘린더는 새 전략을 흡수하지 못합니다.

셋째, 조직 경계의 견고함입니다. 새 전략은 거의 항상 기존 부서 경계를 넘는 협업을 요구합니다. 롯데ON이 그랬듯, 여러 계열사가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전략에서 가장 어려운 건 각 계열사의 자기 경계입니다. 부서 경계는 KPI, 인센티브, 의사결정권, 보고 라인으로 단단히 둘러싸여 있어서, 외부 전략 하나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어긋남이 거꾸로 위를 흔드는 자리

실행 불일치는 Layer 4의 문제이지만, 거꾸로 Layer 1~3을 다시 흔듭니다.

매장에 도착하지 못한 전략은 시장에서 결과를 만들지 못합니다. 결과가 없으면 회사는 전략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카테고리 정의가 잘못된 건가? 포지셔닝이 약한 건가? 아키텍처를 다시 짜야 하나? 그래서 1년 후 새 전략이 만들어지고, 다시 보고자료가 그려지고, 다시 같은 어긋남이 반복됩니다.

이게 카테고리 함정이 반복되는 기저 메커니즘이기도 합니다. 실행이 어긋난 상태에서는 시장 피드백을 신뢰할 수 없으니, 보고자료를 매년 다시 쓰는 일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처럼 보입니다.

어떻게 빠져나오는가

빠져나오는 방법은 전략보다 구조를 먼저 보는 일입니다.

새 전략을 만들 때, 그 전략을 실행할 조직의 KPI, 캘린더, 부서 경계가 어떻게 정렬되어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정렬되어 있지 않다면, 전략을 미루는 게 아니라 정렬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KPI를 새 전략에 맞춰 다시 설계하고, 캘린더를 새 전략의 사이클에 맞추고, 부서 경계를 새 전략이 요구하는 협업 라인으로 다시 그어야 합니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이 작업이 전략 자체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보고자료에 적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줄의 포지셔닝은 회의실에서 결정할 수 있지만, KPI 구조의 재설계는 인사·재무·각 부서의 동의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이 작업을 미룹니다. 전략은 먼저 발표하고, 구조는 나중에 손보겠다고 합니다. 다만 나중은 보통 오지 않습니다. 새 전략이 또 만들어지고, 다시 같은 어긋남이 반복됩니다.

다음 글은 마지막 패턴, 보고서 함정입니다. 지금까지 다룬 네 패턴이 모두 박수받은 보고자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게 왜 일어나는지를 묶어서 다룹니다. 이 시리즈의 제목이 회수되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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