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2.2] 포지셔닝 인플레이션: 한 줄에 모든 약속이 들어가면, 시장에는 한 글자도 도달하지 못한다 새 포지셔닝 스테이트먼트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한 줄이 화면에 떴고, 그 한 줄에는 "혁신적인 기술로 고객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친근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임원진은 만족스럽게 끄덕였습니다. 혁신도 있고, 기술도 있고, 일상도 있고, 풍요로움도 있고, 친근함도 있고, 프리미엄도 있고, 라이프스타일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자기 부서에서 신경 쓰는 단어가 한 번씩은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의실에서는 모두가 만족했지만, 매장에서는 그 한 줄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광고에 등장한 적도 없고, 등장했어도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 한 줄은 회의실의 합의를 위해 만들어졌지, 시장에 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23년 동안 셀 수 없이 봐왔습니다. 두 번째 패턴, 포지셔닝 인플레이션입니다. 포지셔닝 인플레이션은 단순합니다. 한 줄짜리 포지셔닝 스테이트먼트 안에 너무 많은 약속이 들어가서, 그 약속들이 서로를 상쇄하다가 결국 아무 약속도 시장에 닿지 못하는 패턴입니다. 증상은 분명합니다. 회사 안에서 누구에게 물어봐도 자기 부서의 단어가 포지셔닝에 들어 있다고 답합니다. 마케팅은 "혁신"을 가리키고, 영업은 "친근함"을 가리키고, R&D는 "기술"을 가리키고, 디자인은 "프리미엄"을 가리킵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한 줄이라는 건, 모두가 자기 단어를 한 번씩 봤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시장입니다. 시장은 한 번에 한 단어만 받아들입니다. 두 단어를 동시에 던지면 평균값으로 받아들이거나 둘 다 흘립니다. 다섯 단어를 동시에 던지면, 다섯 개 다 흘립니다. 이게 Series 1의 Layer 2 글이 다뤘던 문제의 다른 면입니다. 그 글에서 보고서에...
지금까지 네 가지 실패 패턴을 봤습니다. 카테고리 함정에서는 보고자료의 첫 페이지가 매년 다르게 적힌다는 사실을 다뤘고, 포지셔닝 인플레이션에서는 한 줄에 모든 약속이 들어가면 그 한 줄이 매장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뤘으며, 아키텍처 카니발리제이션에서는 매출은 늘었는데 모브랜드가 사라지는 과정을 봤고, 실행 불일치에서는 보고자료는 완벽한데 매장에선 다른 브랜드가 서 있는 이유를 풀었습니다. 각 패턴은 다른 Layer에서 일어났고, 다른 메커니즘을 따랐습니다. Peloton, 카카오, Gap, 컬리, Cadillac Cimarron, Crest, J.C. Penney, 롯데ON. 각자 다른 산업에서, 다른 시기에, 다른 규모로 무너졌습니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든 패턴이 박수받은 보고자료에서 시작됐습니다. 매년 다른 카테고리를 적는 회사도 보고자료는 결재됐고, 포지셔닝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회사도 한 줄은 임원들의 만족을 얻었고, 라인 확장이 자제되지 않은 회사도 매 분기 신제품 보고서가 박수를 받았으며, 실행 불일치가 일어난 회사도 통합 전략 보고서는 결재 라인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패턴은 다음 해에도 반복됐습니다. 이게 다섯 번째 패턴이자 메타 패턴, 보고서 함정 입니다. 보고서 함정은 원인이 아니라 환경입니다 이걸 명확히 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카테고리 표류를 만드는 건 밸류에이션 끌어당김과 확장 누적이고, 포지셔닝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건 부서 합의의 끌어당김이며, 카니발리제이션을 만드는 건 분기 KPI이고, 실행 불일치를 만드는 건 KPI·캘린더·조직 경계의 어긋남입니다. 다만 이 모든 메커니즘은 같은 공간 에서 작동합니다. 그 공간이 보고자료를 만드는 방, 즉 deck-making process입니다. 이 공간 자체가 시장과 단절된 구조라서, 네 패턴이 동시에 가능해지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이 공간의 구조가 매우 정교하고, 내부적으로는 합리적 이라는 점입니다. 누구도 일부러 시장과 단절된 보고자료를 만들려...